따라서 우리의 생각을 잘 살펴보면 사견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나와는 무관하게 외부에 존재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이 세상은 있었고, 내가 죽은 후에도 이세상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나와는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는 이 세상에 부모의 몸을 빌어 태어나서한 평생을 살아가다가 인연이 다하면 죽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 나의 모습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것 중에는 나의 삶에 도움을 주는 것과 나의 삶을 방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나의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을 얻으면 기뻐하고 방해하는 것을 만나면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기쁨을 주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노력해도 얻지 못하면 도둑질도 하게 됩니다. 한편 방해하는 것은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피할 수 없을 때는 없애거나 죽입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데, 아무리 발버둥 쳐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늙고 병들고 죽는 일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사견은 이 같은 우리의 생각이고 그러한 생각에 따른 잘못된 행위입니다. 불교의 모든 교리는 이와 같은 우리의 잘못된 생각을 돌려서 정견을 얻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소위 십이연기법입니다. 우리는 항상 불교의 교리를 접할 때 이러한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사견에 빠져 있다. 부처님은 나의 사견을 없애고 내가 정견을 얻을 수 있도록 이 법문을 설하고 계신다. 나의 어떤 생각이 사견인가. 저 교리는 나의 이 그릇된 생각을 어떻게 없애라고 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교리를 보아야 교리가 공허한 관념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교리를 자신의 마음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문제로 삼아서 사유하는 것을 '관(觀)한다'고 합니다. 불교의 교리를 자기가 알고 있는 개념으로 해석하여, 자기 생각으로 이해하고 말면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우리가 다룰 육입처(六入處)라는 교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 의(意)라고 되어 있으니까 이 육입처를 우리가 알고 있는 눈·코·귀·혀·몸·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해석인지 알게 됩니다. 십이연기를 보면, 무명(無明)이 사라지면 행(行)이 사라지고, 행이 사라지면 식(識)이 사라지고, 식이 사라지면 명색(名色)이 사라지고, 명색이 사라지면 육입처가 사라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무명이 사라지면 결국 눈·코·귀·혀·몸·마음이 사라진다는 것인데, 우리가 무명을 깨우쳐 정각을 성취하면 정말로 눈도 사라지고, 코도 사라지는 것일까요? 부처님은 무명을 멸했지만 눈도 그대로 있었고, 코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교의 교리를 우리가 제멋대로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육입처와 같은 교리를 자기 생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그것이 내 마음의 어떤 생각을 가리키는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때, 비로소 부처님이 말씀하신 육입처가 자신의 생각 가운데 있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깨달아야만 육입처가 없어진다는 말씀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해가 될 때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수행의 방법으로 육입처를 멸할 수가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수행을 선정(禪定)이라고 합니다. 선정은 지관(止觀)이라고도 하는데, 지(止)는 밖으로 향해 있는 산란한 마음을 안으로 모아 고요하게 하는 것이고, 관(觀)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살펴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속에서 찾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청정경』에서 사견의 원인이 된다고 한 육입처는 어떤 것일까요? 삼귀의를 이야기하면서 이미 말씀드렸듯이 육입처는 우리의 허망한 분별심(分別心)입니다. 우리는 사물을 보면, 보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나 보지 않을 때는 보는 마음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생각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는 마음, 듣는 마음, 냄새 맡는 마음, 맛보는 마음, 만지는 마음, 생각하는 마음들이 내 안에 상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눈으로 보고, 내가 귀로 듣고, 내가 마음으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보는 나, 듣는 나, 생각하는 내가 육입처 입니다. 이런 육입처 같은 허망한 생각이 있을 때, 우리는 그 나가 눈, 귀, 코와 같은 육근으로 밖의 세상과 접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바깥에 있는 사물과 내가 접촉하고 있다는 생각이 촉(觸)입니다.

따라서 육입처(六入處)를『청정경』에서 촉인연(觸因緣)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세계와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렇게 모두 육입처를 원인으로 해서 생긴 것입니다『청정경』에서 세상과 나에 대하여 갖가지로 모순된 주장을 하면서 대립하는 외도(外道)들의 주장이 육입처라는 촉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부처님의 십이연기법은 이렇게 중생들의 잘못된 생각에서 어떻게 중생들의 허망한 세계가 나타나는가를 보여주는 교리입니다.  

이 교리는 무명에서 시작되고 있는데,『청정경』에서는 무명에서 명색까지는 생략된 채 육입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에 대해 좀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부처님이 설하신 연기법의 형태는 꼭 12지의 형태를 갖추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줄인 형태로 설하기도 합니다. 『청정경』에서는 육입에서 시작되는 연기법을 설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모든 사견이 '나'라고 하는 허망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나'라는 허망한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면 그때는 무명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힐 것입니다 이렇게 부처님 외 법문은 어디에서 시작이 되든 결국은 무명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청정경]에서 부처님의진리는 문지방처럼 상주하고 부동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짝은 여닫으면 움직이지만 결국은 움직이지 않는 문지방에 의지하고 있음에 비유한 것입니다. 연기법은 너무 심오해서 하루 이틀에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이렇게 간단하게만 알아두고 다음에 기회에 차근차근 알아봅시다. 이제 이 모든 사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왜 사념처(四念處)를 수행해야 하는지 살펴봅시다.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사념처는 신(身)·수(受)·심(心)·법(法)을 관하는 수행법입니다. 이렇게 신수심법을 관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일종의 선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래에 남방불교의 영향으로 비파사나(Vipasyana)라는 수행법이 소개되고 있는데, 비파사나가 바로 사념처 수행 입니다. 사념처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신수심법(身受心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신(身)이란 우리의 몸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수(受)는 몸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심(心)은 우리의 마음이고, 법(法)은 우리의 마음에 비쳐지는 사물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신수심법에 대하여 신, 즉 몸은 더러운 것이라고 관하라 합니다.

이 몸은 더러운 똥오줌과 피고름이 가득 찬 가죽주머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느낌은 괴로움이라고 합니다. 괴로운 느낌은 물론이려니와 즐거운 느낌도 영원하지 못하여 사라지면 괴로워지므로 결국은 괴로움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은 무상하다고 관하라고 합니다. 마음은 항상 한 마음에 머물지 못하며 갖가지 망상이 끊임없이 생멸하고 있음을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은 무아라고 관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음에 비춰진 모든 사물은 무상한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수심법을 관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념처이고, 또 불경에서도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청정경』에서 주목되는 것은 사념처를 삼행(三行)으로 수행하라고 하는 점입니다. 물론 다른 경에서 이야기하는 사념처와『청정경』에서 이야기하는 사념처가 다른 것은 아닙니다만,『청정경』의 사념처가 보다 본질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청정경』의 사념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이야기한 육입처에서 시작되는 연기법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육입처에서 시작되는 연기법을 학자들은 육촉연기(六觸緣起)라고 부르는데, 이 육촉연기는『청정경』에서 사견의 원인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고, 사념처는 이렇게 육입처에서 연기한 사견을 멸하는 수행법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육촉연기를 멸하는 것이 사념처이므로 이들은 밀접한 연관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연기법에는 유전문(流轉門)과 환멸문(還滅門)이 있습니다. 십이연기를 보면, 무명이 있을 때 행이 있고, 이렇게 계속 연기하여 생과 노사가 연기한다고 하는 경우와,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이렇게 계속 멸하여 생이 멸하면 노사가 멸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전문은 무명이 있을 때 결국은 생, 노사가 있어서 생사유전이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환멸문은 무명을 멸하면 허망하게 생긴 생, 노사가 도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육촉연기는 육입이 있을 때 생과 노사가 연기한다는 연기법이므로, 육입을 없애면 생과 노사도 사라진다는 환멸문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청정경』에서는 육촉연기를 없애는 수행법을 사념처라 하므로 사념처는 육촉연기의 환멸문인 것입니다.  

우선『청정경』의 육촉연기를 살펴봅시다. 육입신(六入身)으로 말미암아 촉(觸)이 생기고, 촉(觸)으로 말미암아 수(受)가 생기며, 수(受)로 말미암아 애(愛)가생기고, 애(愛)로 말미암아 취(取)가 생기며, 취(取)로 말미암아 유(有)가 생기고, 유(有)로 말미암아 생(生)이 생기며, 생(生)으로 말미암아 노사(老死), 우비고뇌(憂悲苦惱)의 큰 괴로움 덩어리가 쌓인다. 由六入身故生觸 由觸故生愛 由愛故生取 由取故生有 由有故生生 由生故有老死憂悲苦惱大患陰集 이것이 육촉연기인데 이것을 사념처와 비교해 보면 그 구조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념처의 신(身)은 육촉연기의 육입신(六入身)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육입을 나의 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념처의 수(受)는 육촉연기의 촉과 수에 해당됩니다. 우리는 몸을 통한 접촉으로 느낌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사념처의 심(心)은 육촉연기의 애와 취에 해당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느낌을 바탕으로 애착하는 마음과 취착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법(法)은 육촉연기의 유(有)에 해당합니다. 법은 취착하는 마음에 의해 존재로 인식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념처를 삼행(三行)으로 수행하면 육촉연기가 멸한다고 하는 것일까요?

사념처를 삼행으로 수행함은 신·수·심·법을 각각 내, 외, 내외 세 가지 측면에서 관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몸을 안으로 관하는 것은 자신의 몸이 음식을 통해 유지됨을 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관하면 다음에는 안의 몸을 유지시켜주는 음식을 바깥의 몸으로 보게 됩니다. 이렇게 바깥의 몸을 보게 되면 이것들은 온 세상의 모든 것과 인연이 되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외부의 몸이 이 세상의 모든 것과 한 몸이라는 것을 보게 되면 안의 내 몸도 저 바깥의 세상과 한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보는 나와 보이는 세계가 모두 한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현재 보이고 있는 나의 몸이라고 여기는 것이 육입이라는 허망한 생각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육입을 자신의 몸이라고 생각하는 망상이 사라집니다. 수에 대해서도, 심과 법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사념처의 삼행입니다.  

이렇게 사념처를 수행하면 육입(六入)에서 비롯된 사견은 사라지고 온 세상이 서로 인연이 되어 한 몸이라는 바른 생각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와 나에 대하여 일어났던 모든 허망한 생각이 사라지고 정각을 얻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해탈에 8종류가 있어서, 사념처를 삼행으로 닦으면 8해탈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불교의 교리는 항상 수행법과 연결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항상 교리와 수행법을 함께 이해해야 바르게 이해됩니다. 다음 시간에는『범동경(梵動經)』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