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경]을 설하게 된 인연은 이렇습니다. 부처님이 카필라국에 계실 때, 춘다라고 하는 어린 사미가 파바국에서 하안거를 마치고 카필라성에 왔습니다. 그는 먼저 아난에게 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파바성에서 자이나교의 교주인 니간타 나타풋타가 죽자 교단이 둘로 분열하여 서로 자기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를 비난하며 다투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난은 이 소식을 부처님께 알리기로 하고 함께 가서 부처님께 낱낱이 이야기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신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춘다야, 그들은 진리가 아닌 가르침 속에서 진리에 대하여 충분히 배우지 못했고, 또 그들이 배운 것은 바른 깨달음을 성취한 사람의 가르침이 아니어서 그와 같이 분열한 것이다. 그들은 비록 스승이 있으나 스승들은 모두 사견을 품고 있고, 비록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있으나 모두가 진정한 진리가 아니다. 그래서 들을 만한 가치가 없고, 능히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못한다.

이렇게 말씀하시고서 여러 비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 법을 몸소 수행하여 증득했나니, 그것은 사념처(四念處), 사신족(四神足), 사정근(四正勤), 오근(五根), 오력(五力), 칠각지(七角支), 현성팔도(賢聖八道-八正道)로 구성되어 있는‘삼십칠조도품(三十七助道品)’이다. 너희들은 모두 함께 화합하고 다투지말라. 동일한 스승을 가진 사람을 물과 우유처럼 하나가 되어야 하나니, 여래의 정법을 스스로 열심히 수행하여 안락을 얻도록 할 뿐 서로의 주장을 내세워 시비를 가리지 말라.

부처님은 모든 논쟁과 분열은 진리를 바로 보지 못하는 사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시고, 팔정도와 같은 바른 수행을 통해 진리를 깨달으면 누구나 그 진리를 똑같이 보게 되므로 결코 논쟁이나 분열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눈을 가진 사람들은 코끼를 앞에 놓고 코끼리의 모습에 대하여 논쟁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님들은 코끼리를 앞에 놓고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만진 부분만을 코끼리의 모습이라고 고집하면서 서로 다투게 될 것입니다. 사견은 보지 못하는 장님의 생각과 같은 것이고, 정견은 눈 가진 사람의 생각과 같습니다. 따라서 정견이 있는 곳에는 논쟁과 분열이 있을 수 없습니다. 물과 우유가 섞이면 하나가 되듯이 화합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견이 있는 곳에는 화합이 있을 수 없습니다. 물과 기름처럼 영원히 섞이지 않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정법은 이렇게 우리가 화합하는 근본이 됩니다.“종교는 자유다”라고 말들을 하는데, 이 말은 사실 매우 위험한 말입니다. 진리는 우리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도 말씀하셨듯이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는 부처님이 만든 것이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여래가 세상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상주불변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다만 그것을 깨달으면 여래이고, 깨닫지 못하면 중생일 뿐입니다. 따라서 진리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불자의 가정을 보면 자신은 불교를 진리로 받아들이면서도 자녀들은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방관하는데, 그렇게 되면 반드시 가정의 분열과 불화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야기가 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만, 바른 진리 아래서 가정이 화목하고 사회가 화합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에 반목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워 잠시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불자의 화합을 강조하신 후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만약 어떤 외도가 와서“석가족의 아들은 여러 쾌락을 스스로 즐기는가?”라고 묻거든 그대들은 그렇게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스스로 즐기는 즐거움’에는 여래께서 꾸짖는 것이 있는가 하면, 여래께서 칭찬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고오타마는 어떤 즐거움을 스스로 즐기는 것으로 꾸짖는가?”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라.“사람들이 탐착하는, 오관으로 지각하는 감각적 쾌락을 여래께서 꾸짖는다. 감각적 쾌락을 위하여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사음하고, 거짓말하고, 방탕하고, 여래가 바른 수행이 아니라고 한 외도의 고행을 수행하는 것을 여래께서는 꾸짖는다.” “사문 고오타마는 어떤 즐거움을 스스로 즐기는 것으로 칭찬하는가?”라고 묻거든 비구들이여, 이렇게 대답하라.“여러분, 사람들이 탐착하는 감각적인 쾌락은 마땅히 빨리 없애야 할 것이오. 만약 어떤 사람이 욕탐을 제거하고 여의어 다시 악법을 행하지 않으면, 외부의 대상에 대해 지각하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도 욕탐과 악법을 떠남으로써 생길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첫 번째 선정에 들어가게 되오. 이렇게 초선에 들어가서 얻는 즐거움은 여래께서 칭찬하는 것이오. 어떤 사람이 외부의 대상에 대한 지각과 생각을 없애면, 마음속에는 기쁨 한 마음이 있나니, 이것은 지각과 생각이 없어진

두 번째 선정에서 생긴 기쁨과 즐거움이오. 이와 같은 즐거움은 여래께서 칭찬하는 것이오. 어떤 사람이 마음속의 기쁨을 제거하고 고락을 떠난 평정한 마음의 상태에 들면, 스스로 자신의 즐거움이 현자와 성자가 구하는 것임을 아나니, 그 한 마음을 잘 지켜 생각하면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감이라. 이와 같은 즐거움은 여래께서 칭찬하는 것이오. 즐거운 생각도 다하고 괴로움 생각도 다하면 근심과 기쁨이 먼저 멸하나니,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청정한 마음을 잘 지키면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가나니라. 이와 같은 즐거움은 여래께서 칭찬하는 것이요”이렇게 대답할지니라. 만약 외도가“너희가 이 즐거움 가운데서 구하는 공덕의 결과는 몇이나 되는가?”라고 물으면,“이 즐거움에는 일곱 가지 공덕의 결과가 있소. 현생에 도를 깨닫게 되거나, 임종시에 도를 깨닫게 되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번뇌를 끊은 정도에 따라 여러 천상에 태어나 결국은 도를 깨닫게 되는 등의 일곱 가지 공덕이 있소”라고 대답하라.

[청정경]에서는 일곱 가지 공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나 너무 번잡하여 생략했습니다. 계속 살펴봅시다.

만약 외도가“그렇다면 사문 석가족 아들의 진리는 상주 불변하지 않는구나”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응하라.“여러분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오. 왜냐하면 석가족 아들의 진리는 상주불변하여 마치 문지방처럼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오.”어떤 외도들은“사문 고오타마는 과거세의 일은 다 알지만 미래의 일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아는 것이 다르고 알아서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 그래서 하는 말이 허망하다. 여래는 저 과거의 일은 눈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알고 있고, 미래세에 어떻게 하면 도에 대한 깨달음이 생기는가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과거세의 일 가운데 허망하고 부실하고 기쁘고 즐거운 것이 아니거나 이익이 없는 것을 부처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과거의 일 가운데 사실이고 즐거운 것이라 해도, 이익 됨이 없으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의 일이 사실이고 즐겁고 이로운 것은 여래가 다 알고 난 후에 이야기 한다.

미래나 현재의 일도 마찬가지다. 여래는 과거, 미래, 현재에 시기적절하게 말하며, 진실하게 말하며, 의미 있는 말을 하며, 이익된 말을 하며, 진리를 말하며, 계율을 말하나니, 허망함이 없다. 부처는 알아야 할 것, 없애야 할 것, 깨달아야 할 것을 빠짐없이 깨달아 알고 있다. 그래서 등정각이라고 부른다. 만약 어떤 외도가“세간(世間)은 상존한다. 오직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주장은 허망하다”라고 주장하거나,“이 세간은 무상하다.

오직 이것만이 진실이고 다른 주장은 허망하다”라는 등의 주장을 하면,“그대는 세간은 상존하여 오직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주장은 허망하다고 주장하는가? 그 같은 말은 부처님이 허락하지 않으신 것이다”라고 대응하라. 왜냐하면 이 여러 견해 가운데는 저마다 결사(結使)(무명과 욕탐)가 있다. 내가 이치로 미루어 보건대, 여러 사문이나 바라문 가운데 나와 비교할 자가 없는데, 하물며 나를 벗어나려는 사람이랴. 이 모든 사견은 단지 말만 있을 뿐이어서 그 사견 속에서는 함께 논의할 것이 없나니라.

만약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이 세간은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하거나,“이 세간은 다른 것이 만든 것이다”라고 주장하거나,“스스로 만든 것도 있고, 다른 것이 만든 것도 있다”라고 주장하거나,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니고, 다른것이 만든 것도 아니다. 홀연히 존재하게 되었다”라고 주장한다면, 이 사문과 바라문은 모두 촉인연으로 인해서 그렇게 주장한다. 촉인연을 떠나서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육입신(六入身)으로 말미암아 촉(觸)이 생기고, 촉으로 말미암아 수(受)가 생기고, 수로 말미암아 애(愛)가 생기고, 애로 말미암아 취取)가생기고, 취로 말미암아 유(有)가 생기고, 유로 말미암아 생(生)이 생기고, 생으로 말미암아 노, 사, 우, 비, 고뇌의 큰 괴로움 덩어리가 쌓이기 때문이다. 만약 육입(六入)이 없다면 촉이 없고.... 생이 없다면 노, 사, 우, 비, 고뇌의 큰 괴로움 덩어리가 쌓이는 일도 없다. 이어서 부처님이 비구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만약 이 모든 사악한 견해를 멸하려 하는 사람은 사념처를 세 가지로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8해탈이 있게 된다.

이상이 [청정경]의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이같은 부처님의 설법 가운데 [전유경]에서 침묵하신 사견을 포함하여 36가지 사견이 소개됩니다. 세계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에 관한 상호 모순된 견해, 영혼과 육신의 관계에 대한 견해, 여래의 사후에 대한 견해, 자애에 대한 견해, 세계의 생성에 대한 견해들입니다.

이와 같이 [청정경]에서는 이들이 사견이므로 없애야 하며, 그 방법은 사념처의 수행이고, 그 결과는 팔해탈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청정경]을 통해 우리는 [전유경]에서 부처님이 침묵하신 이유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경전을 면밀히 살펴 보면 부처님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청정경]의 내용을 차근차근 살피면서, 사념처와 같은 수행이 어떻게 사견을 없앨 수 있으며, 사념처를 통해 어떻게 해탈을 얻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