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람과 동물 - 부정의 기능 

마음이 그 무엇인가를 현실로 이룩하기 위하여는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의 행위 주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리하여 마음은 어떤 물체에 붙어서 그것에 생명이 있게 하고 그리고는 이러한 생명체에 의지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렇게 의지하는 생명체가 동물인가 사람인가에 따라 그 마음의 기능에 커다란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진화론의 영향을 받고 있더 제 19세기 후반기 까지의 생물학에 있었서는 사람과 동물과의 사이에는 아무런 본질적 차이도 인정되지 않았었다.

사람의 지성은 동물의 본능에 비하여 비교적 고등하고 세분되어 있다는 것 뿐이지, 그 사이에는 아무런 질적 차이도 인정될 수 없고, 다만 양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동물학 내지 동물심리학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게 되자, 이러한 사고방식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이 판명되었다. 동물은 그것이 타고난 본능에 그대로 복종하고 자연이 주는 지시에 순순히 따라감으로써, 얼마든지 그 생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하나의 자연적 존재로서, 필연성의 원환(圓環)속에서 철석같이 얽매여서 살고있다. 그러기 때문에 소나 말의 새끼는 어미의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자신의 육체적 법칙에 따라 혼자서 걸어다니면서, 풀을 뜯어 먹으며 훌륭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이렇게 타고난 본능적인 행태의 양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것을 광범위하게 깨뜨려 버리고, 그리고는 자신의 노력으로써 각자에 특유한 행위의 체계를 창조해 내고 익혀 나감으로써 자연의 철쇄로부터 자신을 격리키시고 해방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함으로써만 사람은 올바르게 살아나갈 수 있고, 그리고 어린이에게 교육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물에 비하여 사람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우선 소극적으로는 본능적인 행태의 양식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자유롭다는 데에 있고, 그리고 다음에 적극적으로는, 그의 행위의 정당성을 자신의 통찰력으로써 발견하고 또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러한 관계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그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인간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동물세계로부터 분리시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최근의 서양의 생물학 내지 인간학은 사람과 동물을 이렇게 구별하고 있다. 물론 사람에게도 육신이 있고, 그리고 육체적 존재인 한에 있어서 사람은 동물과 처음부터 다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마음이 동물에 있어서와 같이 육체에 파묻혀 있는 경우에는 그것은 그 신해성과 창조 능력을 거의 잃어버리고 육체의 법칙에 그대로 따르기만 하게 된다.

윤회의 과정에서 축생에 떨어지는 것을 수도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그러한 상태에 한번 떨어지고 나면 마음은 그것을 뚫고 나올 기력을 거의 상실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결코 육체적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비록 육신에 의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은 아직도 그 활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그 마음은 타고난 본능적인 행태의 양식을 언제나 그대로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것을 광범위하게 깨뜨려 버림으로써 자신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같이 사람의 마음은 우선은 육신의 존재를 용납하고 그것에 의지하지만 그러나 그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는 면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그러한 육신의 제약을 뚫고 나오려고 하는 것이다. 마음이 처음부터 육신과 맺어지는 것을 거부 하였더라면, 그것은 아무런 활동도 해내지를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것은 하나의 육신에 의지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되면 이번에는 그 육신으로부터 오는 제약을 그대로 받아, 마음이 제 구실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기에서 생각되는 것이 그 마음이 가지고 있는 ‘부정’의 기능이다. 육신에 의지하여 그것의 제약을 받다가도 어딘가 옳지 못한 국면이 드러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그것을 뚫고 나올 능력을 그 마음은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즉 마음이 가지고 있는 부정의 기능이다.

물론 부정 그 자체는 창조가 아니다. 그러나 부정을 해야만 마음은 육신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리고는 더 나아가서 그 마음의 전지전능함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렇게 볼 때에 사람의 마음에 부정의 기능이 있다는 것은 ,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동물과 구별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