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목장에는 간단한 목축이 세워져 있다. 쉽게 넘을 수 있는 낮은 것이지만,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소나 말은 이것을 뛰어넘지 않고, 그 울타리 안에서 그저 풀을 뜯어먹기만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사람이 일으키는 반응은 특이하다. 그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다가, 그것이 장애에 부딪치면,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극복할 수 가 없게 되었다는 판단을 내린다. 자기가 하려던 것에 대한 부정이 의식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동물에게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여기에서 그치지를 않는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내려고 한다. 목책이 있어서 장애가 되며느 그 나무 울타리를 걷어치우든가, 사닥다리를 놓든가, 또는 육교를 그 위에 세우든가, 굴을 그 밑으로 뚫든가 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그 울타리 저쪽으로 건너가는데에 성공한다. 이리하여 할 수가 없었던 그 무엇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동물에게서는 더구나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생물은 죽는다. 그런데 동물은 죽음이 무엇인지를 모르고서 그저 숨을 거둔다. 그러나 사람은 죽음이라는 것이 ‘생의 부정’임을 안다. 동시에 사람은 이러한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없는가를 생각한다.
‘생의 부정을 다시 부정’하여 영원히 살아보려는 것이다. (到彼岸). 그리고 이런 것을 찾는 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동시에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그의 ‘마음’이다. 부정을 말할 수 있고 재부정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 그러한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