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그마한 세속적인 일을 성취하려고 할 때도 가장 차원이 높은 보리심을 발한다면 쉽게 그 일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보리심의 공덕을 설한 이 대목은 우리가 잘 새겨야 할 법문입니다. 해마다 선거철이면 세속적인 자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종교를 이리저리 이용해 보려는, 말하자면 종교를 하나의 생활 도구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올바른 마음, 즉 발보리심을 했을 때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쉽게 동요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진정으로 자기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지름길은 자기의 종교를 떳떳이 내세우는 것입니다. 보리심의 힘이라 하는 것은 그냥 바라기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리저리 빌붙는 행동은 인간으로서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보리심을 발한 분들의 실례는 많이 있습니다. 그 중 근세의 선각자이신 효봉(曉峰)스님이 계십니다. 그 분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효봉스님은 일제 때 사법고시를 통과하여 평양에서 고법 판사로 일했습니다. 그때 그는 오판(誤判)을 내려서 본의 아니게 사람을 죽게 했습니다. 그 일로 심한 자책과 자기 학대와 번민 속에 빠져들어 결국에는 집을 떠나 삼 년 동안 엿판을 매고 전국을 다니면서 뼈를 깎는 아픔으로 방황했습니다. 그 후 불교를 만나 참으로 훌륭한 수행 끝에 손꼽히는 고승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효봉스님의 이야기가 바로 발보리심한 경우입니다. 효봉스님은 참으로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발심한 좋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 신라의 혜통국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사냥꾼이었습니다. 어느 날 사냥해서 잡아 온 수달피를 먹고 뼈를 마당에 버렸더니 그 뼈가 자기 동굴로 돌아가 새끼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발심하여 불교에 귀의하였습니다. 그 후 오랜 수행을 거쳐서 혜통국사라는 위대한 스승이 되었던 것입니다.
발심의 동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개는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 즉 진실한 생명의 실상에 대한 의문이 직접적인 발심의 동기가 되는 수가 많습니다.
또다른 예로 육조(六祖) 혜능(慧能)스님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나무를 팔러 갔다가 문 밖으로 들려오는 경전 한 구절을 듣고 마음이 밝아져서 발심하게 된 것입니다. 불교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무식한 나무꾼의 신분에서 한 순간 마음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발심을 출가(出家)와 연결하여 출가의 동기로서 열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발심하게 되면 자연히 새로운 삶을 모색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모습이란 출가의식을 빌려서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발심의 형태가 반드시 출가여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출가가 아니더라도 발심을 했으면 자신의 삶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외형적인 변화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끊임없는 발심이 이어질 때 보다 많은 행복과 평화가 찾아들 것입니다.
***양족존 - 부처님을 가리킴.
전륜왕 - 전륜성왕(轉輪聖王)이라고도 함. 가장 존경받는 이상
적인 군주
제석천 - 불교의 여러 신(神)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신.
불법을 호위하는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