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심필경이불별(發心畢竟二不別)"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보리심을 발하는 것과 성불을 이루는 그 두 가지가 다른 것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보리심을 처음 내는 그 마음은 그것이 곧 싹이나 줄기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마침내 성불의 길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불교공부를 하려고 처음 마음을 내는 것이 계속해서 쌓여지면 마침내 불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처음 공부하려는 마음을 낼 때 그 속에는 이미 불교에 대한 이해가 다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마음을 내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를 내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엄경>에서는 발심의 공덕을 말한 <초발심공덕품(初發心功德品)>이란 대목이 있습니다. 발심의 공덕은 정말 불가사의하고 엄청난 복이 온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의 발심 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첫 마음을 내는 것은 더욱 소중한 것입니다.

발심의 이유와 공덕에 대해서 <화엄경>에서는 "중생의 괴로움을 길이 없애고,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발심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발심의 내용을 사홍서원에 두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발심의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괴로움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마음이 바로 보리심입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서 마음을 내는 것이 발심의 이유인 것입니다.

또다른 발심의 이유는 자기 몸에 진여의 존재가 있음을 믿어서 그것을 캐내어 쓰기 위함입니다. 이것은 곧 자신 속의 변치 않는 참다운 존재가 있다는 것을 믿고 발심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진아(眞我)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그것을 심어서 싹을 틔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발심은 바로 그 믿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만약 그 믿음이 없다면 '불도무상서원성'의 마음이 일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한낱 곡식의 씨앗이라도 그것을 믿지 않으면 심을 수가 없습니다. 심는 일은 바로 발심입니다. 그래서 씨앗을 제대로 믿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자신 속에 진여(眞如)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때 발심 수행이 싹트는 것입니다.

<화엄경>에는 또 이런 가르침이 있습니다.

"보리심을 발한다는 것은 대비심(大悲心)을 일으켜서 온갖 중생을 널리 구하기 때문이며 큰 자비의 마음을 일으켜서 온갖 세간을 평등히 돕기 때문이며 안락한 마음을 일으켜서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여러 괴로움을 없애기 때문이며 넉넉히 이익되는 마음을 일으켜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리심을 발한다."

보리심은 믿음을 통해서 이미 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발심했다고 할 때는 자기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오로지 중생을 위하는 마음뿐인 것입니다. 믿음으로 인하여 보리심이 났을 때는 어디를 살펴 봐도 자기 자신은 없어져 버린 상태입니다. 자기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보다 큰 나(大我)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우주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을 나의 생명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보리심을 발하는 가운데 그런 마음이 스며 있습니다. 그래서 보리심을 내는 마음을 대자비심(大慈悲心)이라 하는 것입니다.

보리심은 세상의 온갖 것을 평등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너와 나의 차별이 있다면 그것은 평등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보리심을 발하는 것은 참으로 엄청난 일입니다.

또 보리심은 안락심을 일으켜서 세상의 온갖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괴로움을 없애는 것입니다. 자기라는 상에 얽매여서는 결코 보리심을 발할 수 없습니다. 자기를 잊어버리고 보다 넓고 큰 우주적인 삶이 전개될 때 비로소 보리심은 발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