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처님께서 갠지스 강변에서 설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신자가 부처님께서 강 건너쪽에서 설법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변까지 걸어 왔습니다. 강을 건너려고 하니 물은 세차게 흐르고 배도 없었습니다. 그는 흐르는 강을 보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강바람을 쏘이러 나왔다가 그 광경을 보고 왜 그러느냐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긔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은 농담삼아 " 이 강은 보기에는 세찬 것처럼 보이지만 발목까지밖에 차지 않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신도는 그 말을 곧이 듣고 그대로 물 속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물결을 헤치고 강을 건넜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설법은 듣지 않고 강을 건너는 신통한 신자의 모습만 바라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더이상 설법을 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강을 다 건너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부처님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사람에게 "당신은 무슨 신통과 힘이 있어서 세찬 강을 거침없이 건널 수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신자는, 자기에게는 아무런 신통도 없고 다만 강이 깊지 않다는 말을 믿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 강을 건너왔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바로 믿음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에 대해서 설법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무런 재능도, 능력도 없지만 믿음의 힘 하나로 사나운 물결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며, 생사의 물결도 그와 같이 건너야 한다고 설법하셨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성취시키는데 있어서 믿음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믿음은 모든 일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여 어떤 장애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입니다.

 믿음에는 열 가지 뜻이 있다고  <마하연론(摩訶衍論)>에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화(淨化)의 뜻이 있습니다. 믿음은 무엇이든지 깨끗하게 하는 것입니다. 심성(心性)을 맑고 깨끗하게 합니다.

 둘째는 결정(決定)의 뜻이 있습니다. 믿음은 무엇인가를 족히 결정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의 심성을 순수하고 견고하게 합니다. 믿음이 제대로 갖춰지면 굳건하고 견고하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는 환희의 뜻이 있습니다. 믿음은 온갖 슬픔과 괴로움, 번민을 모두 제거해 버립니다.

 넷째는 싫증이 없는 뜻이 있습니다. 믿음은 결코 해태심을 일으키지 않게 합니다. 믿음이 용솟음치면 어떤 일도 어렵지 않게 됩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싫증이 나지 않고 아무리 힘들어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수희(隨喜)의 뜻이 있습니다. 믿음은 기꺼이 기뻐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다른 사람의 좋은 이야기나 보살행(菩薩行)에 대해 동조하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남의 좋은 점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신앙인의 마음이 아닙니다. 믿음이 제대로 갖춰진 사람은 함께 기뻐하고 함께 즐거워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섯째는 존중의 뜻이 있습니다. 믿음은 온갖 덕(德)있는 사람을 가벼이 보지 않고 순종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믿음은 비단 종교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일곱째는 수순(隨順)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믿음은 많은 사람들의 뜻을 따르게 합니다. 우리가 본 것, 배운 것을 따라서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더욱더 잘하게 합니다. 믿음은 배운 바대로 실천하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여덟째는 찬탄의 뜻이 있습니다. 믿음은 타인의 보살행을 진심으로 찬탄하게 합니다. 남의 좋은 점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축원해 주고 찬탄하는 마음이야말로 믿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아홉째는 불괴(不壞)의 뜻이 있습니다. 믿음은 그 어떤 것도 무너지지 않게 합니다. 마음을 오롯이하여 잊어버리지 않게 하는 것도 믿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열째는 애락(愛樂)의 뜻이 있습니다. 믿음은 남을 사랑하고 즐겁게 해 주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다시 말해서 믿음은 자비심을 성취하게 합니다. 이것은 종교의 실천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을 사랑하고 즐겁게 해 주고자 하는 자비심은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믿음에 대한 위의 열 가지 뜻은 아주 적절한 것입니다. 믿음이 제대로 갖춰지면 이 열 가지는 저절로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종교에 대한 믿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물이나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믿음이 있을 때 그 뜻은 충분히 따라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업도 믿음(확신)이 있어야 성공할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