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믿음의 중요성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다

믿음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의식적으로 대상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믿음에는 커다란 원칙이 있습니다.

<신심명(信心銘)>에는 믿음에 대한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신심불이(信心不二)요, 불이신심(不二信心)이다."

<신심명>은 중국 선종의 삼조(三祖) 승찬대사(僧璨大師)가 믿음에 대해서 남겨 놓은 글입니다. 이 말은 곧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요, 둘 아님이 믿는 마음이다'라는 뜻입니다.

불교에서는 믿음을 흔히 신심(信心)이라고 말합니다. 그 믿는다는 일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믿음은 결국 마음을 믿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둘이 아닌 것이 믿음인 것입니다.

불교에서의 믿음에 대한 대원칙은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믿는 것도 마음이요, 믿을 대상도 긍극적으로는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믿음의 첫번째 대상으로 신근본(信根本)을 말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우주와 인생의 근본, 즉 자신의 근본을 믿는 것입니다. 여기서 자신의 근본이란 자신의 참다운 마음입니다. 결국 믿음은 근본 마음을 믿는 것이며 그것은 곧 우주와 삼라만상의 본체입니다.

그 다음으로 믿음의 대상이 되는 신삼보(信三寶)도 우리의 일심(一心)에서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불(佛, 부처님). 법(法, 가르침). 승(僧, 스님) 삼보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마음자리와 하나인 것입니다.

'부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부처란 우리 마음의 청정한 모습이다"라고 표현한 것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부처란 바로 우리 마음 본래의 때묻지 않은 청정한 모습과 같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탐(貪). 진(瞋). 치(痴) 삼독(三毒)을 통해서 온갖 번뇌와 업 등으로 물들여지고 어둠으로 가려진 우리의 현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것을 벗어난 본래 모습 그대로가 바로 부처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법(法)을 다른 말로 심광명(心光明)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청정한 모습은 죽은 것이 아닌 까닭에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광명을 발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지혜의 빛을 발하고 있다는 뜻에서 법을 마음의 청정한 빛, 곧 광명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승(僧)은 "처처무애정광(處處無碍淨光)"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곧 '곳곳에서 마음이 걸림없는 청정한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처하든 아무 걸림이 없는 본래 청정한 마음의 빛을 발하는 일이 바로 승보(僧寶)인 것입니다.

믿음의 네 가지 대상을 살펴볼 때 모두 일심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일심을 근본으로 해서 네 가지로 분륙되는 것입니다.

<화엄경>에는 우리가 흔히 잘 쓰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믿음과 마음이 결코 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모든 것은 마음의 현상이다'라는 뜻입니다. 우주와 삼라만상, 이 모든 것이 일심이라고 한다면 믿음의 대상뿐만 아니라 온 우주가 그대로 일심과 하나인 것입니다. 믿음을 이야기할 때 일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마음에 새겨두어야 합니다.

<화엄경>에는 또 믿음의 속성을 잘 표현한 대목이 있습니다.

"믿음은 도(道)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다. 그러기에 믿음은 온갖 선법(善法)을 길이 기르며, 의심을 끊고 애착에서 벗어나 열반의 무상도(無上道)를 드러낸다."

믿음이란 행복의 길이며, 바른 삶의 길입니다. 또한 믿음은 평화의 길이며, 공덕의 어머니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믿음은 행복을 만들어내는 어머니입니다. 일체의 모든 좋은 일을 길러내는 것이 믿음입니다.

또 믿음은 지혜의 공덕을 무럭무럭 자라나게 합니다. 그래서 마침내 여래라고 하는 높은 지위에 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믿음만 충족하다면 성불의 길은 계약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가 천 리를 간다고 해도 처음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바로 첫 한 걸음에 해당합니다. 믿음은 현재의 삶을 전환시켜 보다 높은 차원의 부처라고 하는 완전한 인격자의 지위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믿음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마음이 없다면 보살의 지위든, 부처의 지위든 그 어떤 것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천 리를 가는 데 있어서 첫 걸음을 떼지 않고는 천 리를 갈 수 없듯이 믿음은 모든 일의 시작이므로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믿음이 훌륭했던 대표적 인물로 선재동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는 수많은 고행을 하면서 쉰 세명의 선지식을 만납니다. 그 선지식을 두루 만나면서 각양각색의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

그 가운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승상이 아닌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재동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한 결과 성불의 길로 나아갔던 것입니다.

우리는 선재동자가 최고의 완전한 인격자로 나아가는 과정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믿음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열반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씁니다.

소를 잡는 백정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기회에 마음이 환히 열렸습니다. 그는 소 잡는 일에서 진리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칼을 집어던지면서 자기는 천불(千佛)의 하나라고 소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믿음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 잡는 백정이 문득 마음이 밝아져서 깊은 깨달음을 성취한 후에 자기가 천불 속에 들어간다고 소리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믿음 때문입니다.

믿음은 어떤 경우에는 베푸는 것에 대한 마음의 인색함을 없애주기도 합니다. 믿음이란 가장 바람직한 기쁨을 낳아 부처님의 가르침에 들어가게 합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신심(信心)있는 사람들의 불교에 대한 활동과 노력, 헌신적인 봉사 등을 봅니다. 그것 또한 믿음이라고 하는 데서 생기는 것입니다. 자신에게도 소중한 물질을 기꺼이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은 바로 믿음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믿음은 불교공부의 첫 출발로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믿음의 힘으로 공부를 계속 쌓아간다면 결코 무너지지 않는 공덕탑(功德塔)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