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부처님께 이르는 길

1. 믿음(信)

(1)믿음이란 불교공부의 준비단계

서론에서는 주로 불교공부의 기본으로서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모습을 살펴 보았습니다.

지금부터는 본론으로 들어가서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 위에서 구체적인 불교공부를 시작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그 방법으로 신(信), 해(解), 행(行), 증(證) 다시 말해서 믿음, 이해, 실천, 성취라고 하는 네 가지 단계를 밟아가면서 그 순서대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믿음이라고 하는 것은 불교공부의 준비 단계에 해당합니다. 믿음이란, 숫자에 비유하자면 맨처음의 일(1)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불교에 대한 믿음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에서 영(0)이 아무리 뒤에 많이 붙어 있다고 해도 맨 앞 숫자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믿음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다른 많은 교리적 지식은 쓸모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십만이니 백만이니 하는 숫자의 값은 그 맨 앞에 있는 숫자의 값어치와 꼭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알고 훌륭한 업적을 쌓았다 하더라도 믿음이 없다면 그것은 헛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믿음의 바탕 위에서만이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숫자에서 그 많은 영(0)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맨 앞에 영(0)이 아닌 숫자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믿음은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습니다. 종교란 모름지기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불교에 대한 믿음은 곧 밝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불교의 궁극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가장 근본되는 준비 작업인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믿음의 대상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근본(根本)을 믿어야 합니다. 이것은 곧 신근본(信根본)이라 하여 인간의 본성에 대한 믿음을 말합니다.

<기신론(起信論)>에서는 신근본을 다른 말로 '진여(眞如)'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진여란 곧 진심(眞心)이며 진아(眞我)입니다. 다시 말해서 신근본은 참 나에 대한 믿음과 이해입니다.

믿음의 대상으로 나머지 세 가지는 바로 삼보(三寶)에 대해서 믿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그 부처님을 따르고 가르침을 배우는 불교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도(道)에 들어가는 제일 첫 단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중생이 성불에까지 이르는 단계를 쉰 두가지로 나눕니다. 그 가운데 열 가지의 믿음(十信)이 첫 지위에 오르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다시 말해서 열가지의 믿음이 최초의 자리에 오는 것입니다. 열 가지 믿음(十信)은 다섯 가지 근본(五根)과 다섯 가지 힘(五力)을 말합니다.

만약 우리가 외국의 낯선 도시를 여행한다면 맨 먼저 해야할 것이 편안한 휴식을 위한 숙소를 찾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 숙소를 찾게 되면 짐을 그 숙소에 풀어 놓은 다음 느긋한 마음으로 도시의 여러 곳을 두루 구경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휴식할 곳을 찾기 위하여 밤의 어둠 속을 헤매야 할 것입니다.

 믿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믿음 속에서 영원한 휴식처를 찾은 휴에야 이 세상의 첫 방문자인 우리는 두려움 없이 일상적인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믿음은 우리에게 편안한 휴식공간과 같은 것입니다. 휴식할 곳이 없다면 틀림없이 밤의 어둠 속에서 고통 받게 될 것입니다.

믿음이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을 때 인생의 하루하루는 아무런 두려움과 공포가 없는 편안한 삶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든지 상관없이 믿음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편안하고 느긋하고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