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아일보살(阿逸菩薩)등에게 세속의 다섯 가지 악업을 설하셨다.

첫째 악은, 천신(天神)과 사람과 짐승과 벌레 따위들이 대부분 강자는 약자를 짓밟아 해치며, 서로 살상(殺傷)하고 잡아먹어서 선을 닦을 줄 모르고 사악한 짓만 하다가 나쁜 과보를 받는 일이다.

둘째 악은 세상의 제왕이나 장관, 백성, 부자, 형제, 가족, 부부들이 도리를 거의 몰라서 정령을 따르지 않고 사치와 교만에 흐르며, 각기 즐기고자 하여 제멋대로 굴며, 서로 속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마음과 지껄이는 소리가 각기 다르고 말과 생각이 허망하며, 마음이 비뚤어져 충실하지 못하고, 비위를 맞추고자 달콤한 말을 일삼아 행실이 단정하지 못하며, 또 서로 시샘하고 중상해서 사악(邪惡)에 빠져 들어가며, 신하는 임금을 속이고, 아들은 아비를 속이고, 아우는 형을 속이고, 지어미는 남편을 속이고, 가정의 안팎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악을 도와, 탐심(貪心)을 각기 품어 어른, 아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기의 향락만을 추구하다가 패가망신하며, 앞뒤를 돌보지 않고 재물을 놓고 다투다가 성낸 나머지 원수가 되어 더욱 결판을 내고자 싸우며, 인색한 부자가 재물 모으는 데만 노심초사하여, 남에게 베풀 줄은 모르고 악만 지키고 탐심만 불태워 마음과 몸을 애태우다가 재앙과 형벌이 목숨을 재촉하는 일이다.

셋째 악은, 세상 사람들이 기탁(奇託)해 살기를 끊임이 없어서 함께 천지 사이에 의지해 있는 바, 그 수명은 얼마 되지도 않거니와 사람 중에는 고귀한 이도 있고, 현명한 선인(善人)도 있고, 빈천하고 어리석은 자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중에 좋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오직 악만을 생각하여 몸과 마음이 바르지 않으며, 음탕한 일만 항상 생각해 가슴 속이 번거로움으로 가득하며, 애욕이 뒤엉켜서 앉고 일어남이 불안하며, 탐심이 강하고 인색하여 모여서 나쁜 짓을 하며, 군사를 일으켜 침략자가 되어 성을 공격하며, 남을 죽여 몸을 동강내고, 사리에 안 맞게 남의 재물을 강탈하며 제멋대로 행동해 남의 부인과 간통하며, 지방관의 법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꺼리는 바도 없으니 이런 악은 일월이 비춰 보고 신명이 기록해 두는 까닭에 삼악도를 윤회하며 여러 겁(劫)을 지나도 벗어날 때가 없게 된다.

 넷째 악은, 악인들이 선을 행하지 않고 스스로를 망치며 서로 가르쳐서 갖가지 악을 함께 지으면서, 주로 쓸데없는 말만 하며 중상모략하는 말, 거칠은 말, 욕하는 말, 거짓말로 시샘하고 서로 다투어 착한 이를 미워하고 성자(聖者)를 미워하며, 부모를 효도로 봉양하지 않고, 스승을 얕보고, 친구에게 신의가 없어서 성실하지 못하며, 스스로 말하기를 자기는 존귀하고 도가 있다 하여, 위엄을 부리며 횡행하고, 세력을 휘둘러 선인을 꺾으면서도 자기가 악한 짓 하는 줄 알지 못하여 부끄러움이 없으며, 스스로 권세를 누림이 자못 강성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음 갖게 하고, 천지신명(天地神明)을 경외하지 아니하여 재앙이 그를 끌어가는 일이다.

다섯째 악은, 세상 사람들이 공연히 수행에 게을러 선근(善根)을 쌓으려 하지 않고 살림을 생각지 않아서 처자가 춥고 배고픔에 떨고, 부모도 그렇게 만들며, 그 자식은 반항하여 원수 같이 되며, 멋대로 놀아나 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음식에 절제가 없어서 술을 마시고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출입에 절도가 없고, 날치고 당돌하여 의(義)도 예(禮)도 없어서 갖가지 악을 짓는 일이다."

 이것이 다섯 가지 대악(大惡)입니다. 여기서는 악을 짓는 현상들을 조목조목 들어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짓는 악을 거의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록 옛날의 경전이지만 현대인이 저지르는 일들을 소상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사실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이런 악은 평소에 많이 알고는 있지만 경전을 통해 직접 되새겨 보는 것도 뜻이 있습니다.

이런 악을 통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정확하게 알고 우리 삶의 방향을 잡는 것이 불교공부의 목적입니다. 또 그것으로 보다 나은 삶을 이룩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고칠 것은 고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끊을 것은 끊는 일이 바로 불교공부를 하는 보람인 것입니다.

난해한 교리를 외우고 경전 구절을 입이 닳도록 주워섬기는 것이 불교가 아닙니다. 마음 속에 불교적인 정신이 깊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불교공부의 가장 바람직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