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면 누구나 허다하게 악업을 짓고 있습니다. 악업을 짓는 일 중에서 입으로 짓는 업이 가장 많고 또 소홀하기 쉽습니다.

불교 경전 중에서 제일 많이 읽히는 경전이 <천수경>입니다. 그 첫머리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입니다. 그 뜻은 결국 '입조심하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온갖 업 중에서 입으로 지은 일들이 화근이 되어 다른 문제들을 야기시키는 것입니다. 그 진언은 바로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입니다. 입으로 지은 업을 청정히 하고 앞으로 짓지 않기 위해서는 이 진언의 뜻을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구절의 '수리'는 길상(吉祥), 즉 성스럽고 길하고 좋은 것이란 뜻입니다. 여기서의 길상은 입으로의 길상을 말합니다. 입으로의 길상은 축원과 찬탄입니다. 구업을 청정하게 하는 일은 남을 축원하고 칭찬하는 것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축원을 중요시 여깁니다. 불공이나 행사 때 축원과 발원을 빼놓지 않고 합니다. 개인의 소원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모든 이의 축원과 발원을 함께 합니다. 자기가 지은 모든 업들을 청정하게 하는 일은 남을 향해 축원해 주고 찬탄해 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 축원과 찬탄은 다른 쉬운 말로 바꾸면 '행복하십시오' '훌륭하십니다' '잘 될 것입니다' 등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남에게 이로움이 되고 잘되도록 빌어주고 격려해 주는 말이 곧 구업을 청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입으로서의 공덕을 짓는 일이 됩니다.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의 진언을 모두 해석해 보면, '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요, 대길상존이시요, 극길상존이시요, 성취하십시오'가 됩니다. 그것을 입으로서의 의미로 살린다면 '행복하십시오, 행복하십시오, 그 행복이 분명히 성취될 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말을 다섯 번씩이나 반복해서 빌어주고 찬탄하고 격려해 주고 있습니다. 마음이 담기지 않고는 그렇게 반복하여 확실하게 할 수 없습니다. '정구업진언'의 교훈은 입으로 짓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말의 위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무리한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팔만대장경의 많은 말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구업진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결국 성스럽고 길상스러운 말만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말만 잘 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저절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옛날에 박길상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푸줏간을 경영했습니다. 어느 날 두 선비가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이렇게 말했습니다.

 "길상이 이 사람아, 고기 한 근 주게."
 "박서방, 고기 한 근 주시게.'

 그런데 먼저 고기를 받은 사람이 보니 자기 것이 작았습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박길상이란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 선비의 것은 길상이가 준 것이고, 뒷 선비의 것은 박서방이 준 것이니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이처럼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