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윤회와 전생이 있다고 해도 전생의 일을 현생에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알지도 못하는 다음 생에 어떻게 윤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마약을 먹여서 과거 젊은 시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했다고 해도 그의 젊은 시절은 엄연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또 그 사람의 마약 복용 행위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마약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잠시 잊은 것 뿐입니다.

죄인이 자기가 지은 죄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용서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비록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정신분석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일들이 현재의 삶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의 사건들은 아무리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대부분 어린 시절을 통해 결정지워져 버리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한 성년의 삶의 양식은 축적되어진 기억의 형태에 다름아닌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형태는 과거로부터 쌓여 온 기억에 의한 것입니다. 그것이 나의 삶을 결정짓고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마약에 의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혹은 너무 어린 시절이라 기억을 못하거나 간에 오늘의 삶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은 죄인이 기억이 없다 하더라도 판사는 법대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억에 없는 것은 영향이 미치지 않아서 아무런 죄나 형벌을 받지 않아야 하지만 객관적인 입증에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기억 여부와 관계 없이 어린 시절의 영향에 의해 오늘의 삶이 결정지어 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자기와 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또 다음 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생에서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어릴 때의 일을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것은 오늘의 삶을 결정합니다.

윤회를 한낱 방편설로나, 기억에 없기 때문에 과거. 현재. 미래의 연결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현재의 삶에서 어린 시절을 100% 기억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으로 그것은 틀림없이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능엄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온갖 중생이 과거세로부터 생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내가 변화를 떠난 영원한 진심(眞心)과 청정하고 밝은 본심(本心)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여러 망상에 팔리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망상이 진실하지 못하므로 윤회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윤회의 원인을 밝힌 대목입니다. 우리가 윤회를 말할 때 깨닫고 나면 부정해도 좋지만 그렇지 못한 범부는 일상의 삶 속에서도 윤회하게 되는 것입니다. 죽고 새롭게 태어나는 문제도 분명히 윤회가 있습니다.

경전에서는 알 수도 없는 많은 세월 이전부터 생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또 변화를 떠난 영원한 진심과 청정하고 밝은 미래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영원한 변화를 떠난 그런 마음, 다시 말해서 청정하고 밝은 본성을 모르기 때문에 윤회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