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는 불교 교리의 중요한 부분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미혹한 중생의 삶을 이야기할 때 윤회는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윤회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는 연기법(緣起法)과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있습니다. 윤회라고 할 때는 이런 것들과 연관된 윤회이므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온갖 존재의 형태를 이야기할 때 다른 종교처럼 신의 창조에 그 존재 이유를 돌려버린다면 이 세계는 처음과 끝이 있고, 개인은 죽음으로 끝날 것입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영혼은 영생(永生)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는 연기의 공식에 의해 모든 것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기설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기란 어렵지만 모든 현상의 존재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깨달음도 연기의 법칙에 의한 것입니다. 존재의 법칙이 곧 연기이기 때문에 모든 조재의 실상으로서 연기의 법칙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는 연기설에 입각해서 절대자를 부정하는 종교입니다.

오늘이 있으면 내일이 있다는 식의 표현도 연기설을 표현하는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보다는 좀더 넓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미혹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중생이 삼계(三界)를 휘돌고 휘돌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보통 인간의 삶은 여섯 가지 갈래로 윤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깨달은 사람, 즉 꿈을 깬 사람은 윤회를 부정해도 좋을 것입니다.

요즈음에는 과학적 사고방식에 세뇌되어 있는 탓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인과를 믿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불교도(佛敎徒) 중에서도 이것을 방편설로 돌려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윤회를 방편설로 돌리는 것은 윤회설에 대한 잘못된 인식입니다. 이것은 무서운 오류입니다. 만약 인과가 없고, 윤회가 없다면 모든 사람은 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또 주어진 여건들이 한결같아야 할 것입니다. 건강과 성격, 소질, 도덕성에 있어서도 서로 똑같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다릅니다. 인간은 누구나 육체는 물론이려니와 정신세계 역시 복잡하게 다릅니다. 천차만별인 것입니다.

우리가 현세에서 하고 있는 행위, 즉 업이 소멸되어 버린다면 윤회는 매우 불합리한 이론이 되고 맙니다.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윤회가 있으므로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지옥. 아귀. 축생 등으로 윤회하지 않는다면 선과 악은 쌓이지 않고 그대로 소멸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비과학적인 생각입니다.

윤회는 도저히 벗어날 길이 없는 것입니다. 윤회에 대한 부정은 부처님의 교화와 인연을 무(無)로 돌려버리는 일입니다. 윤회를 그저 착하게 살라고 하는 방편설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그런 오해는 바로잡아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