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은 뒤 윤회를 통해서 지옥이나 아귀, 축생의 세계에 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지옥과 같은 삶, 아수라, 축생과 같은 삶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라고 해서 사람다운 삶만을 산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을 뒤돌아 보면 짧든 길든 간에 별별의 삶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바로 윤회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에 다름아닙니다. 거기서 좀더 발전하여 죽은 후에도 영혼은 윤회하며 또 지옥이나 아귀, 축생의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음력 칠월 보름날을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말합니다. 이 날은 먼저 돌아가신 부모나 조상 또는 인연 있던 사람들의 영혼을 천도(薦度)하기 위한 기도를 올립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부처님 법을 통해서 인간으로 불법을 만나는 인연을 되돌려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윤회 사상에서 기인된 것입니다. 그 천도 의식을 자세히 살펴 보면 부정할 수 없는 근거가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윤회를 다룬 책이 많이 있습니다. <캐논 보고서>라는 책을 보면 인간의 영혼이 윤회한다는 사실에 대한 자료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또 <사자(死者)의 서(書)>라는 책에도 사람이 죽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연령소급(年齡遡及)이라고 하는 최면법을 통해서 증명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 후 여러 가지 증거가 소개되어 요즈음에는 윤회를 부정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 밖에도 윤회에 대한 연구는 대단히 많습니다. 가까이는 현실적 삶을 통해 윤회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윤회의 본질적 의미로 죽은 후 여섯 갈래로 흘러간다는 것으로 윤회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윤회는 현대적이며 과학적인 상식을 통해 보더라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윤회가 불교 이전의 사상이든, 다른 종교의 사상이든 관계 없이 미혹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 한 분명히 윤회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 불교에서는 윤회를 부정하기도 합니다. 윤회를 부정하는 경우는 깨달았을 때입니다. 깨닫고나면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윤회에 대한 이런 두 가지 관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미혹했을 때는 온갖 것에 끄달려 유랑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깨닫는 그 순간 그러한 삶은 다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깨닫고 나면 흘러다니는 영혼도, 흘러다녀야 할 곳이나 그 갈래까지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깨달음의 입장에서 윤회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하게 윤회를 부정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으로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한 윤회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 윤회의 여섯 갈래도 분명히 존재함을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