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다시 근본번뇌(根本煩惱)와 지말번뇌(枝末煩惱)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근본번뇌는 팔만사천 번뇌 중 가장 근본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선 대표적인 것으로는 탐욕(貪). 성냄(瞋). 어리석음(痴)의 세 가지(三毒)를 들 수 있습니다.

거기에 업신여기는 마음의 '만(慢)'과 의심하는 마음의 '의(疑)' 와 좋지 못한 소견이나 사상의 '악견(惡見)'을 합하여 근본번뇌라고 합니다. 근본번뇌는 다른 많은 번뇌의 원인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지말번뇌는 지엽적인 번뇌를 말하는데 수혹(隨惑) 이란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지말번뇌의 첫째는 방일(放逸)입니다. 즉 게으름을 이르는 말입니다.

 <법구경>에는 게으름을 경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부지런한 사람은 살아 있고 게으른 사람은 죽은 것과 같다."

우리가 살아 있다고 하는 증거는 부지런함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이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명사가 아닙니다. 인생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사입니다. 그러므로 패기 넘치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바람직한 것입니다.

지말번뇌는 방일 이외에도 해태(懈怠)라고 하여 게으른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또 믿지 못하는 마음인 불신(不信)도 지말번뇌에 속합니다. 불신이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적인 마음으로 해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 지말번뇌에는 잠을 많이 자는 혼침(婚浸)이 있습니다. 지난 일에 대해 참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참(無慙), 무괴(無乖)도 지말번뇌에 해당합니다. 그 밖에 분심(忿心), 질투, 한(恨), 아첨, 속이는 것, 교만 등도 지말번뇌에 속합니다.

불교에서는 흔히 '번뇌는 곧 보리(菩提)' 라는 말을 잘합니다. 불교공부의 자세로서 번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실체 없는 번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된다면 깨달음을 이룰 것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번뇌란 좋지 아니한 속성을 지닌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 이런 법문을 한 대목이 있습니다.

"비구들이여, 모든 것은 불타고 있다. 치열하게 활활 타고 있다. 그대들은 그것을 먼저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부처님께서는 평소에 매우 논리적인 설법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인생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여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 의식에는 맨 마지막에 네 가지 서원(四弘誓願)을 발하게 합니다. 거기에는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 뜻은 '번뇌가 다함이 없으나 기어이 끊기를 서원합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번뇌 무명을 끊음으로 해서 불법이 진정 자기의 가슴에 와 닿는 것입니다.

불법을 통하여 사람들을 제도한다고 할 때 번뇌는 반드시 끊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글거리는 불길과 같은 치성한 번뇌, 여름날 따가운 햇볕과도 같은 번뇌를 하루속히 끊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