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버리고 떠난다고 해서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더 괴로운 것입니다. 살아온 대로 사는 게 오히려 편한 것입니다. 비록 부자유스럽긴 하지만 자기가 받은 업을 받으며 과보를 받는 것이 부자유스러운 대로 편안한 것입니다.

또 번뇌를 폭류(暴流)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폭류는 번뇌를 폭포가 흐르는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번뇌는 가만히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간단히 옮겨버릴 물건도 아닙니다. 번뇌는 쉼없이 흘러가는 것이며 그래서 '폭류'라고 하는 것입니다.

번뇌는 우리를 정신 못 차리게 합니다. 마치 작은 벌을 병 속에 가뒤 놓은 것과 같습니다. 번뇌 망상이나 무명 번뇌가 들끓고 있어 항상 멈추지 않고 흐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폭류입니다.

요즈음에는 참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무쟁삼매(無諍三昧)에 들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폭포수의 부단한 흐름과 같이 온갖 번뇌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번뇌 망상으로 뒤덮힌 것이 인간의 흔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또 번뇌를 '취하다'는 뜻의 취(取)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번뇌는 무엇이든 가지려고 하는 것입니다. 번뇌의 속성 중에는 끊임없이 자기 것으로 만들어 취하려고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또 번뇌를 '덮는다'는 뜻의 '개(蓋)'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번뇌가 뒤덮여 신선한 생각이나 새로운 사고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번뇌의 또다른 특징에는 끌려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번뇌를 '사(使)'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사'라는 말은 자기의 주관도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을 말합니다. 번뇌 망상은 진정 자기의 뜻대로 살지 못하고 번뇌 망상에 끄달리는 삶을 살게 합니다. 이것은 참으로 적절한 표현입니다.

 설사 좋은 기분이라고 하더라도 번뇌가 온갖 일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업에 의해 불려다니다가 자신의 인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입니다. 번뇌는 인생의 값진 시간을 헛되이 보내게 하는 것입니다.

또 번뇌를 '구(垢)'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구라는 것은 '때' 혹은 '더러움'이라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좋은 것이 아닌 나쁜 것이라는 뜻입니다. 청정한 마음에 더러운 때 역할을 하는 것이 번뇌인 것입니다.

또 번뇌를 '소해(燒害)'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번뇌는 '불길'이라는 뜻입니다. 번뇌의 불길은 모든 좋은 것을 태워버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밝고 긍정적인 면을 태워버리는 것이 번뇌의 속성입니다. 인간이 처음부터 못난 존재거나 어리석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번뇌 때문에 공덕의 수풀을 다 태워버리는 것입니다.

번뇌를 또다른 이름으로 '화살'이란 뜻의 '전(箭)'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번뇌는 화살처럼 날아가서 사람을 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 번뇌는 '조림(稠林)이라고 말합니다. 번뇌가 많은 모양이 마치 빽빽한 숲과 같다는 것입니다. 번뇌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다른 아무것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틈이 없어서 못 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이 안 미칠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번뇌의 숲이 너무 무성하여 물도 바람도 들어갈 틈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