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뇌(煩惱)

번뇌의 여러 가지 모습

불교공부의 동기로서 세 번째로 번뇌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번뇌라는 말도 불교에서는 너무나 자주 쓰는 말입니다. 번뇌는 범어로 클레샤라고 합니다. 그것은 대표적으로 혹(惑), 미혹(迷惑)이란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번뇌는 사람의 몸이나 마음을 번거롭게 하거나 괴롭히고, 어지럽히고, 미혹하게 하고, 더럽히는 것을 총칭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번뇌는 성질상으로 보면 불선(不善)입니다. 또 교학적으로는 유부무기(有覆無記)라고 말합니다. 즉, 중생은 번뇌를 통해서 업을 일으키어 괴로움의 과보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의 미혹 세계에서 헤매는 것입니다.

인간은 번뇌로 인해서 업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무지무명(無知無明) 때문에 업을 짓는 것입니다. 번뇌로 말미암아 업을 일으키고 그 업으로 인해서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번뇌 무명으로 지은 업의 결과로 받는 과보는 괴로움을 낳아 다시 미혹의 세계로 들어가게 합니다. 미혹의 세계는 생사(生死)의 세계, 생멸(生滅)의 세계, 순간순간 변화. 무상한 세계로 휘말리어 우리를 헤매게 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번뇌를 끊고 열반의 깨달음을 얻는 것을 궁극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번뇌는 그 작용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릅니다. 번뇌무명, 백팔번뇌, 팔만사천번뇌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숫자는 그냥 막연하게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치밀한 교리로 분석하면 그 숫자마다 각각의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삶의 현장에서 무수히 많은 번뇌를 일으킵니다. 그 번뇌로 하여 업을 짓고 숱한 과보를 받습니다. 번뇌의 다른 이름으로 '염(染)' 혹은 '루(漏)'라는 것이 있습니다.염은 무엇에 '물든다'는 의미입니다. 루는 '샌다'는 뜻이 있습니다. '염'이나 '루'는 번뇌의 특징을 잘 나타낸 말입니다.

 '루'는 다시 무루(無漏)와 유루(有漏)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무루는 번뇌가 다 없어진 것을 말하며, 유루는 번뇌가 아직 남아 잇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번뇌를 샌다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번뇌 망상으로 인하여 우리가 지은 공덕이 모두 새나가기 때문입니다. 번뇌는 선업(善業)을 담아 두지 않고 밑빠진 독처럼 새나가게 하기 때문에 '루'라는 표현을 씁니다.

우리의 온갖 육근(六根)의 작용을 통해서 진성(眞性), 즉 청정한 본래의 모습을 밖으로 흘려 보내는 것이 번뇌입니다. 또 번뇌는 결(結). 박(縛). 전(纏)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결. 박. 전의 뜻은 글자 그대로 우리를 결박하여 얽어매는 것을 말합니다.

 번뇌의 속성 중에는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번뇌는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대자유를 얻지 못하는 것이 번뇌, 무명인 것입니다. 업에 의해 과보를 받는 일에 얽매어 있는 것이 번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