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제자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진흙으로 만든 부처님인 등상불에 대해서 왜 의심을 하고 의아해 하는가. 이 모든 등상불들은 필요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참다운 부처님은 여러 가지 모양의 등상을 만들게 됩니다. 또 그러한 등상불이 나타나서 숭배되어지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서 각기 다른 차원의 정신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모양의 등상들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는 자식들의 입맛에 맞는 각기 다른 음식을 장만하고 싶어합니다. 아들이 다섯명이라면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불교에 입문하는 사람을 위하여 다양한 상징과 교리를 통해서 그들의 아픔을 처방해 주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불교의 올바른 가르침과 인연을 맺게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방편이 필요한 것입니다.

 흔히 부처님의 넓고 깊은 자비는 어머니의 자비와 잘 비교됩니다. 어머니가 자식의 입에 맞추어 다양한 음식을 장만하듯이 중생들이 처한 수많은 형편에 따라 거기에 적합한 교화방법으로서 많은 부처님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단순한 방편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의 조화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런 부처님이 실제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등상불을 자기의 편견과 아집으로 한낱 방편으로만 볼 것도 아니며, 오직 역사적인 부처님만을 좇아갈 것도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이 우주 삼라만상이 마음 아닌 것이 없을진대 등상불 또한 마음 밖의 것은 아닌 것입니다. 등상불 역시 마음의 부처임에는 틀림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온갖 물물(物物)이 부처 아닌 것이 없습니다. 역사적인 부처님만이 부처가 아니라 여기 저기 각기 다른 모습의 등상불도 엄연히 부처인 것입니다. 우리가 거기에 절하고 예배하는데는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불교는 편견을 싫어하는 종교입니다. 그래서 이것이다라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어떤 사물이라도 분명히 있다고 말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것입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이라도 우리의 상식으로 쉽게 판단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사물이 이해되어져야 그것이 바른 이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에 대한 이해는 더욱 조심성있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찰에 가면 반드시 등상불을 보게 됩니다. 또 기념품 상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부처님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한다면 등상을 만날 때 그 어떤 경우라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을 통해 얻고자 하는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사람 사람이 본래 부처라는 사실입니다. 과거의 부처님도,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도, 역사적인 부처님도 모두 중요합니다. 그 모든 부처님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바로 모든 사람이 본래 부처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것을 올바로 이해한다면 가족 부처님, 이웃 부처님, 나아가 온 인류 부처님까지 다 받들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등상불을 부처님이라고 할 때 살아 숨쉬는 인간 부처님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천 불, 만 불의 등상불을 통해서 참으로 살아 숨쉬는 가족 부처님을 부처님으로 이해하여 모시고 존중하려는 데 진정한 뜻이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서 모든 생명체가 다함께 부처님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등상불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 이상으로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부처님의 덕을 기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등상불에 예배드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등상불을 통해 개개인이 갖고 있는 부처의 성품을 일깨울 수 있을 때 온 인류는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