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금강경>을 설하시는 첫 대목을 보면 '걸식(乞食)을 하고 돌아와서 자리를 펴고 앉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이 구절은 실은 지혜를 성취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마음을 철저히 편안하게 하는 것은 바로 지혜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는 것에서 지혜를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완전무결하게 철저히 앉을 때 몸도 마음도 텅 비어 환하게 밝아질 것입니다. 그것이 곧 지혜의 성취입니다.
육바라밀과 더불어 불교에서는 삼학(三學)을 중요시 여깁니다. 삼학은 곧 계(戒, 계율) 정(定, 선정) 혜(慧, 지혜)를 말합니다. 이 삼학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데 그 가운데서도 지혜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지혜가 꽃이라면 청정한 계율을 가지는 것은 꽃을 피우기 위한 여러 가지 선행조건이 되며 선정은 꽃을 피우기 위한 안정된 터전입니다.
계. 정. 혜 삼학을 우리의 일상에 비추어 볼 수도 있습니다. 계는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윤리와 도덕과 질서며, 정은 그 모든 것이 이룩되어 얻는 안정이며, 혜는 계와 정이 있은 후 얻어지는 발전과 성취입니다.
삼학의 본래적인 의미는 우리의 마음이 움직임을 떠나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요건을 다 잘라버린 상태를 계라 하고, 그래서 저절로 안정이 되는 것을 정이라 하고, 안정이 깊어져 지혜가 생기는 것을 혜라고 말합니다.
삼학을 물에 비유해서 말할 수도 있습니다. 맑은 물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물을 가만히 있게 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물을 흔들거나 바람이 불거나 돌을 던져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바로 계에 해당됩니다. 그런 다음에는 물이 맑아지고 안정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정에 해당됩니다. 안정이 되면 물 속에 모든 상황들이 환히 비치게 됩니다. 그것이 혜에 해당됩니다.
이와 같이 지혜는 계와 정을 통해 얻어지는 값진 열매인 것입니다. 모든 물은 바다로 통하듯이 우리의 일상사 모든 일 또한 지혜의 안목으로 풀어 나간다면 만사가 형통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