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있음으로 해서 그것을 닦는 것은 유위(有爲)의 과보를 얻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상(無相)으로 인행(因行)을 닦으면 성품의 공덕을 제대로 나타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본래부터 우리에게 갖춰져 있는 불성을 망상에만 뒤덮여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수행과 공부를 통해 부처님과 같은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그것이 불교의 궁극 목표입니다.

 중국의 조주(趙州)스님은 스승인 마조(馬祖)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온 분명한 뜻입니까?"

 이것은 달마(達磨)대사가 서쪽(인도)에서 온 까닭을 묻는 말입니다. 그런데 마조스님은 조주스님을 발길로 차 버렸습니다. 그때 조주스님은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그는 툭툭 털고 일어나 손뼉을 크게 치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우 기이하고 기이하여라. 백천 삼매와 한량없는 묘한 이치의 근원을 여기 한 터럭 끝 속에서 단박에 알아차렸다."

 과거 조사 스님들이 오도(悟道)한 동기에는 이와 비슷한 경지가 많습니다. 조주스님의 말씀에는 마음의 공덕과 그 근원을 알고 난 소감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중국의 육조(六祖)스님의 첫 법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깨달음의 자성(自性)은 본래 청정(淸淨)하다. 본래 청정한 이 마음만 제대로 쓴다면 바로 부처를 이룬다."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을 아주 위대하고 멀게 생각하여 부처님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깨달음의 본성은 본래 훌륭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그 훌륭한 본성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마음만 제대로 사용한다면 그대로 부처인 것입니다.

 부처님이란 말 속에는 온갖 공덕과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우리의 마음 속에 들어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육조스님이 일체 모든 것이 마음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소감을 밝힌 대목이 있습니다.

 '내 자성이 본래 스스로 청정함을 어찌 알았으며

 내 자성이 본래 생멸이 없는 줄 어찌 알았으리오'

 "하기자성(何期自性) 본자청정(本自淸淨)

 하기자성(何期自性) 본무생멸(本無生滅)."

 우리의 보잘것 없는 자성이 미혹하고 못나고 번뇌에 뒤덮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참으로 훌륭하고 위대한 줄 이제야 알았다는 것입니다. 또 자성은 몸과 더불어 죽고 소멸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불생불멸인 줄 이제야 알았다는 것입니다.

 육조스님의 표현도 본래 우리의 자성은 생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참 생명은 본래 생기지도 않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소멸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육조스님은 계속해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내 자성이 본래 스스로 구족한 것을 어찌 알았으며

 내 자성이 본래 동요가 없는 줄 어찌 알았으리오'

 "하기자성(何期自性) 본자구족(本自具足)

 하기자성(何期自性) 본무동요(本無動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