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깨닫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바로 참마음의 성품을 알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깨끗한 참 성품을 잃어버린 상태가 깨닫지 못한 상태입니다.
중생은 미혹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 미혹함 속에 참 마음은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만 장벽으로 인하여 참 마음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는 나무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는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의 온갖 업장과 미혹 속에는 참 마음의 위대성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마치 땅 속 깊이 물줄기가 숨어 있듯이 누구나 진여(眞如)를 품고 있는 것입니다. 땅 속의 물줄기를 찾아 보면 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흐르고 있으며, 그 물의 양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경전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마니 구슬에는 온갖 빛깔이 그 비추는 방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은 그 마니 구슬에 본래 그런 빛깔이 있는 것으로 본다."
그와 같이 우리의 본래 마음자리, 즉 원각(圓覺)의 깨끗한 성품에는 우리의 몸이니, 생각이니, 탐(貪). 진(瞋). 치(痴) 삼독(三毒)과 번뇌 무명의 모습이 본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착각입니다.
마니 구슬은 본래 색깔이 없습니다. 다만 색이 있는 장소에 갖다 놓으면 그 주변의 색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치 구슬에 색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입니다. 구슬이 청정한 모습을 감추듯 우리의 청정한 본래 마음도 그와 같은 것입니다.
중국의 승조(僧肇)법사는 <조론(肇論)>에서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우주 속에 있는 한 보배가 우리의 몸뚱이라고 하는 산(山) 속에 감춰져 있다."
마음의 소재(所在)를 반드시 육신 안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마음의 본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은 육신을 자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표현으로 하늘과 땅 사이 우주 안에 있는 한 보배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산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에 보배 구실을 못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육신만이 자기인 것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참으로 위대한 진심(眞心)이 빛을 잃고 마는 것입니다.
중국의 자은(慈恩)대사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법신(法身)이라고 하는 것이 본래 있어서 모든 부처님이 공통으로 가졌는데 범부들은 망념에 뒤덮여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번뇌에 쌓여 있다. 그것을 여래장(如來藏)이라고 한다."
법신은 우리 마음의 진실한 모습을 말합니다. 법신은 부처님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망념과 번뇌와 무명에 가려져 깨닫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깨닫고 나서 보니 자신이 깨달은 것이 너무나 위대하고 엄청났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만 그런 것이 있는가 하고 살펴 보았습니다. 그런데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똑같이 위대한 행과 덕과 한량없는 공덕이 갖춰져 있음을 알았다고 경전에서는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부처님께서 이런 탄식의 말씀을 하신 대목도 있습니다.
"신기하다. 모든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와 덕상(德相)을 갖추고 있건만 다만 번뇌 무명에 가려서 스스로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구나."
경전에서 '신기하다'는 표현을 찾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표현하셨습니다. 부처님께 무엇이 신기한 일이 있겠습니까? 모든 중생에게 자신이 깨달은 것과 똑같은 진리의 세계가 갖춰져 있음을 보시고 '신기하다'는 표현을 하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