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일에 있어서 형상만을 좇아다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마음을 느끼지 못합니다. 마음이 눈앞에 있어도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작용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항상 우리와 함께합니다. 만약 마음의 성질을 아는 사람이라면 움직이고, 분별하고, 보고 듣는 일에 전혀 어둡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음의 움직임을 알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사 스님께서는 이런 게송을 남기셨습니다.

'마음은 온갖 경계를 따라간다.

따라가는 곳마다 모두 그 마음,

흘러가는 경계 따라 그 성품 알면

기쁨도 없고 근심도 없으리.'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

전처실능유(轉處悉能幽)

수류인득성(隨流認得性)

무희역무우(無喜亦無憂)"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마음의 한 작용입니다. 동작 하나, 행동 하나, 생각 하나가 참으로 신비한 마음의 작용입니다. 그 흐름을 따라 마음의 본성이 그런 줄 확실히 안다면 거기에는 열반의 경지가 전개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음의 본체와 작용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마음은 형상으로 보면 하나가 아닙니다. 그러나 성품으로 보면 하나입니다. 마음이 순간순간 사물을 보고 듣고 행동하는 외형적인 것은 각각입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의 작용입니다. 그러나 본질상에 있어서는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결국 마음의 본체와 작용과의 관계는 하나도 아니지만 또 다른 것도 아닙니다. 마음의 묘한 본체는 본래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상대를 뛰어넘고 형상을 떠나 있습니다. 마음의 성품을 밝게 알아서 증득한 사람이 아니면 그 마음의 본체를 이해하고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마음의 묘한 작용은 인연을 따라 움직입니다. 마음의 작용은 온갖 사물에 응해 허망하게 형상을 세웁니다. 그래서 마치 형상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음의 작용으로 보면 복잡다단하고 미묘불가사의합니다. 그러나 마음 그 자체로만 볼 때는 결국 하나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마음의 본체와 작용에 대해 쉽게 예를 든다면 금으로 온갖 형상을 만들지만 그 모든 형상이 금이라고 하는 성질은 똑같은 것입니다. 거기서 마음의 본체와 작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서 물은 그것을 담은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집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형상을 마듭니다. 그러나 물이라고 하는 성품은 하나인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마음의 근원을 이해하여 신비하고 무한한 작용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빛나고 참 나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똑같은 삶이라도 마음의 작용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과 마음의 작용을 읽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의 주체자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