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이 없는 주관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관이 없는 객관은 더욱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이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이라고 했을 때 객관 또한 부정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마음은 형체가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음을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했을 때 객관은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마음의 연기(緣起)에 대한 문제입니다.

 마음이 인연해서 일어나는 것이 자연과학적인 세계이며 나아가 삼라만상의 세계입니다. 그것은 <화엄경>에서는 '일체유심조'라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마음과 함께 객관의 세계가 생겨났음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마음이 공적한 것이므로 우리가 사는 세상 또한 공적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없어지면 세계가 없어지고, 세계가 부정되면 마음도 그 존재성을 잃게 됩니다. 실체가 없는 객관을 실체인 듯 인정하는 곳에 분별심이 생기는 것입니다. 결국 마음에서 분별하는 까닭에 객관을 실체로 인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은 공적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객관을 실체로 인정하는 데서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우주 삼라만상의 객관적인 모든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모든 존재가 공한 것으로, 다시 말해서 가상(假想)으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불교에서 힘주어 말하는 공(空)에 대한 이해가 해결되어져야 합니다. 마음의 본질인 진여(眞如)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마음도 있는 것처럼 생각되고 그 결과 객관의 세계도 역시 존속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온갖 현상은 마음의 나타남일 뿐입니다. 또한 모든 것은 마음에 의지해서 존재합니다. 우리의 삶과 죽음도 마음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경계를 알아서 마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은 달라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