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一心)의 문제는 불교를 이해하는 요체입니다. 따라서 우주와 인생 전부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원리, 마음의 문제만 확실하게 깨달아 버린다면 더이상 깨달을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더 이상 깨달을 것이 없다면 우주와 인생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우리의 본심(本心)은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무엇을 본다고 할 때 보는 정기(精氣)는 그 성질이 변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보는 정기의 성질이 바로 견성(見性)이며, 진심이며, 본심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육신은 늙어서 소멸하지만 보는 성품, 즉 견성이나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생멸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생사의 문제는 제일 큰 일입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육신의 생사는 존재하지만 진정한 참 나, 즉 본심은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소멸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본래 성품인 진아(眞我)는 생사를 떠나 초월해 있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생사해탈(生死解脫)이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일심의 불생불멸에 근거한 것입니다. 우리의 육신이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변해감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육신의 수명이란 평균적으로 백년을 전후하여 끝이 나고 맙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일심의 불생불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잘 외우는 <반야심경>에서도 불생불멸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그 불생불멸의 원리가 바로 변치 않는 일심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일심의 불생불멸을 확실히 이해하고 그 위에 신심이 생기고 발심했다면 불교를 어느 정도 터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만약 일심의 불생불멸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어떤 경전의 가르침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마음의 본질은 그것을 보는 정기의 성질 때문에 생사를 초월하고 벗어나 있는 것입니다.

 <화엄경>에는 마음의 불생불멸에 대한 핵심되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본래부터 생긴 것도 아니고 모든 존재가 그대로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러한 이치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모든 깨달은 자가 그대 앞에 나타나리라.'

  "일체법불생(一切法不生)

   일체법불멸(一切法不滅)

   약능여시해(若能如是解)

   제불상현전(諸佛常現前)"

 <화엄경>의 말씀처럼 우리는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의 문제, 불생불멸의 문제를 통해서 육신을 위시해서 허망 무상한 모든 존재의 불생불멸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의 불생불멸에서 물질의 불생불멸까지 한 맥락으로 이해할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일체법은 정신 작용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 현상을 다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 모든 존재 법칙이 모두 불생불멸인 것입니다.

 우주 삼라만상의 온갖 요소들이 불생불멸임을 알 때 깨달은 자를 볼 수 있습니다. 깨달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졌다면 그 사람 또한 깨달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생불멸의 이치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바로 깨달음을 뜻합니다.

 물질 현상도 같은 이치입니다. 과학의 삼대 불가사의가 있습니다. 첫째는 질량불변의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종이 한 장을 태운다고 해서 그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재로 변하여 공간의 어느 곳에선가 남아 있는 것입니다. 단지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는 어떤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이미 있던 것을 형태만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화학적 반응에 의하여 성질이 바뀐다는 것뿐이지 결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물질이든지 그 근원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질을 아무리 작게 쪼갠다 하더라도 미세한 그 무엇이든 남아 있다는 말입니다. 우수한 과학기기를 동원한다고 해도 물질의 근원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바로 불생불멸을 과학으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라는 것도 불생불멸의 원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모든 것의 근원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법화경>에서도 "세간상상주(世間相常住)"라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히 변치 않고 항상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현상적으로 볼 때 사물은 무상하여 한시라도 머물지 않고 변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면에서 볼 때 모든 존재는 그대로 불생불멸의 진리의 위치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체 모든 것은 불생불멸의 존재로 이 세상에 상주하는 것입니다.

 대승경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화엄경>과 <법화경>에 한결같이 불생불멸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불교의 핵심입니다. 불생불멸의 교훈을 모든 현상계로 확대하여 받아들일 때 우리의 공부는 한 차원 높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