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믿음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깨달음의 대상입니다.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말할 때 깨달음의 대상이 바로 마음인 것입니다. 수행을 쌓아서 부처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도 모두 마음의 세계를 밝히는 일입니다.

 마음은 불교의 최고 이상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불교는 마음 공부를 하는 종교입니다. 마음을 닦고 마음을 깨닫는 종교가 바로 불교입니다.

 마음의 문제는 단순히 믿음의 대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문제는 불교 전반의 문제로서 불교를 이해하는 열쇠가 됩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문제는 인생과 온 우주 삼라만상을 관찰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마음에 대한 바른 이해와 확신이 섰을 때 진정한 불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시간성과 공간성, 영원불멸성에 대한 올바른 믿음이 없다면 불교를 알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교는 모든 문제를 마음 하나로 귀결시킨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문제는 불교의 생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교리보다 소상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전에서는 마음의 문제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통 불교 강원의 교재로 쓰이는 <능엄경>에는 마음의 소재와 우주 삼라만상과 마음의 관계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마음의 불생불멸(不生不滅)에 대한 부처님과 파사익 왕의 대화도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파사익 왕은 부처님과 동년배로서 사십 년 동안 교류하며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래서 경전 곳곳에 파사익 왕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능엄경>을 설하는 회상에 파사익 왕이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옛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기 전에 가전연(迦전延 ; 육사외도(六師外道)의 한 명. 나중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은 나에게 이 몸이 죽은 뒤에는 몸과 함께 나의 모든 존재가 없어지는 것을 열반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부처님을 만났으니 이 문제에 대해 의혹이 있습니다. 이 마음이 진실하다면 나의 진실인 이 마음이 어떻게 생기고 소멸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파사익 왕에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 당신의 몸이 금강석과 같아서 항상 죽지 않고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변하여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파사익 왕은 " 이 몸은 없어질 것이라"라고 대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