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우주 삼라만상 일체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마음은 불교의 진수(眞髓)이자 핵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이야기됩니다.

 <유식론(唯識論)>에서는 오위백법(五位百法)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심법(心法), 심소유법(心所有法)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에 대해 각양각색으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유식 철학에서는 마음에 대해 매우 논리적으로 세분하여 말하고 있는데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의 작용이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믿음의 대상으로서 마음은 곧 진여로서의 마음이며, 불성으로서의 마음이며, 여래장으로서의 마음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은 잡다한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 마음(根本心)을 이르는 말입니다. 우주와 인생의 실상이 되는 참 마음을 살피는 것입니다.

 때때로 마음을 '한 물건'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 '한 물건'은 생각으로는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또 있는 듯하지만 찾을 수가 없고, 측량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미혹한 것도 아니고 깨달음의 상태도 아닙니다. 또 범부(凡夫)니 성인이니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마음의 본체는 나(我)다, 남이다 하는 사량분별이 없습니다. 어떤 육체적인 의식이 미치는 그런 경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한 물건'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육조스님께서도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여기 한 물건이 있되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 이것을 뭐라고 이름붙일 수 없다. 그런데 위로는 하늘에 닿고 아래로는 땅에 가득차 있다. 밝기는 태양과 같고 검기는 옻과 같다. 또한 항상 우리가 움직이고 사용하는 그 가운데 있으되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것이 이것이다."

 육조스님의 제자 중에 남악회양(南嶽懷讓) 스님이 있었습니다. 육조스님은 이 제자를 만났을 때도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것은 '한 물건'을 염두에 두고 물은 것입니다. 젊은 남악회양은 그 대답을 찾기 위하여 팔 년 동안 끙끙거렸던 것입니다. 젊은 제자는 참 생명을, 본성을,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우주와 인생의 실상을 알고자 하는 구도심이 치열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교훈이 클수록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도 커지는 것입니다. 깨닫고자 하는 의욕이 없다면 구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입니다. 불교공부에 있어서 참 생명에 대한 탐구심은 꼭 필요한 것이며, 그것이 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주 쉽게 표현하는 마음이라는 말은 엄밀히 말해서 '한 물건'이라는 의미와 맞지 않습니다. 남악회양은 팔 년 동안 순수하게 열렬한 마음으로 구도한 끝에 스승의 '무슨 물건이 왔는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스승에게 "스님, 설사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답이야말로 참으로 천금같은 말입니다.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정진한 결과 얻어낸 대답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마음이니, 진여니, 본성이니, 불심이니, 여래장이니 하면서 온갖 고급스러운 말을 다 동원해서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젊은 선방 수좌인 남악회양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눈이 좀 밝아져야 합니다. 그것은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일상사 가운데 너무나 역력한 것입니다. 그래서 차마 이름 붙일 수 없고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방편상 일심이라고 한 것은 본질적으로 이름과 모양이 다 끊어진 상태의 것입니다. 그것은 시간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다 꿰뚫고 있습니다. 무한한 과거와 무한한 미래에 꽉 차 있어서 언제나 현재이고 지금인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공간적으로 한 티끌에 처해 있지만 온 우주를 다 에워싸고 있습니다.

 우리가 편의상 일심이라 부르는 이것은 무한히 크고 무한히 작아서 온 우주 법계에 두루할 수 있는 것입니다. 텅 빈 것처럼 보이지만 온갖 것을 머금고 있는 것이 이 한 물건의 됨됨이입니다.

 이것은 또 온갖 근기(根機)에 다 응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어떤 사물이라도 다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온갖 것을 다 비춥니다. 이것은 온갖 사물에 다 통하고 느끼는 것입니다.

또 마음은 온갖 미묘한 것을 다 머금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게 합니다. 불교공부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은 범부나 성인이나 능히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이라고 해서 수승하고 범부 중생이라고 해서 못난 것이 아닙니다.

마음은 마치 갠지스 강의 모래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지혜와 덕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량없는 미묘한 작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다 표현하고 일상에서 마음대로 쓰신 것입니다. 우리들도 부처님과 똑같은 무한한 자비와 지혜와 신통과 덕성과 광명이 부족함이 없이 갖춰져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발심을 내게 되면 진실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물건의 공능(功能)에 대한 이해는 불교공부의 핵심이기 때문에 반드시 명심하여야 할 부분입니다.